[코스닥in]40여년 신약개발 외길 걸어온 정용호 화일약품 연구소장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바이오베터 개발 나선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입력 : 2018.11.01 04:00
원료의약품 전문업체 화일약품이 신약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45년간 제약사에 원료를 공급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 성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일약품 매출액은 2015년 1061억원, 2016년 1115억원, 2017년 1025억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성장성 확보를 신약개발을 선택한 화일약품은 정용호 연구소장(67·부사장)에 기대를 걸었다. 정 소장은 40년 넘게 신약개발에 몸담은 국내 신약개발의 1세대 인물이다. 국내에서 신약 연구가 시작된 것이 1989년인데, 정 소장은 당시 국내 유명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있었다. 이후 32년간 한 연구소에서 일하며 하나 성공시키기도 어렵다는 신약을 두 개나 만들어냈다.
정 소장이 화일약품으로 온 것은 10년 전이다. 화일약품이 신약개발을 시도할 때 영입됐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화일약품의 신약개발은 최근까지 미뤄졌고, 정 소장은 연구소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0여년간 기다렸던 화일약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슈펙스비앤피가 가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특허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50~70% 차지하는 물질로 1차 면역인 선천면역을 담당한다. 골수에서 생성돼 말초혈액으로 방출되며 침입해 온 미생물을 살균,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호중구감소증은 혈중 호중구가 감소한 상태를 말하는데 주로 감염이나 약물, 자기면역질환 등에 의해 유발되며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암 치료시 주로 사용된다.
세계시장에서 유일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는 G-CSF(과립구 형성 촉진인자) 계열 약이다. 암젠(Amgen)의 치료제 뉴포젠(Neupogen), 뉴라스타(Neulasta)가 압도적인 점유율(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화일약품은 슈펙스비앤피와 손잡고 G-CSF 바이오베터(Biobetter, 기존 약품의 기술을 응용해 효능을 개선시킨 바이오 의약품)를 만들기로 했다. 슈펙스비앤피 특허와 화일약품 연구력을 합쳐 보다 뛰어난 신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우리가 개발하려 하는 약은 암젠의 뉴라스타보다 약물의 최고 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이 길고 호중구 수치를 일정수치까지만 올리는 특징을 갖고 있어 호중구 수치 증가로 인한 백혈병 유발 등의 부작용이 낮다"며 "여기에 제조 방법도 단순해 경제성이 뛰어난 바이오베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베터 개발시장은 혁신적 신약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미국에서는 12년간, 유럽에서는 8년간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부여한다. 2017년 기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7조원에 달하고 2025년에는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일약품이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면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일약품은 전임상 등 일정을 고려할 경우 2년 뒤에는 신약임상시험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회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만큼 모회사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빠르게 신약개발을 할 계획이다. 슈펙스비앤피와 MOU(양해각서) 체결 이후 현재 G-CSF 개발 관련 본계약을 준비 중인데 공동개발 일정, 개발 비용 등의 자세한 사항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일약품은 바이오베터 및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해 제2, 제3의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한편 화일약품은 올해부터 해외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화일약품은 몬테루카스트나트륨(천식치료제) 원료의약품을 일본 현지 중견제약사 니폰조끼 제약(Nippon Zoki)에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일정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천식치료제 시장이 1조원 규모로 큰 만큼 향후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일본에 10개 품목에 대한 허가를 진행 중이며 유럽에서도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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